경비원, 청소원, 배달라이더, 콜센터상담원, 공익활동가, 장애인활동지원사... 내 주변을 청소해주고,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해주고, 내 가족을 돌보는 등 우리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일을 하는 분들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을 필수노동자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을 돕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이들의 일상은 불안합니다. 기본적으로 계약직 신분이고 3개월, 6개월 초단기 계약직도 흔합니다. 필수노동을 하면서도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이들의 일상은 시시때때로 위태로워집니다.
실업급여 없이 ‘자진퇴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청기업의 위탁용역을 받아 인력을 고용하는 콜센터(고객센터) 업체는 직원을 정리해야 할 때 해고나 권고사직을 하지 않고 전환배치(전배)를 합니다. 다른 위탁업무를 하도록 보내 버리는 것입니다. 같은 회사에 있는 것이니 해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외과 의사에게 정신과 진료를 명령하는 것과 같습니다. 월급 주는 병원이 바뀐 것은 아니니 이 의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있을까요?
전배된 상담원은 내용이 전혀 다른 새로운 콜 업무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신입 급여를 받아들여야 하니 견디지 못하고 ‘자진퇴사’를 하게 됩니다. 해고나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퇴사가 아니니 실업급여는 당연히 받지 못합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는 여성가장이 대부분인 콜센터상담원에게 실업급여는 다음 일자리를 구할 동안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버팀목인데 말입니다.
배달 수수료를 주급이나 월급으로 받는 배달라이더는 법 개정으로 2023년 올해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데 속사정은 다릅니다. 라이더는 ‘근로자’가 아니라 ‘노무제공자’로 분류되어 퇴사 전 3개월 동안 월급이 전보다 30% 이상 줄어들어야 하고 실업급여 대기기간 4주(일반 근로자는 1주)동안 소득이 0원이어야 수급 자격을 얻게 됩니다. 소득이 정말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 것입니다. 소득이 없거나 확 줄어든 채로 4개월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하루라도 빨리 다른 배달 업체에 라이더 등록해서 배달 한 건이라도 시작해야 가족들 먹여 살릴 수 있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실업급여는 포기하고 ‘자진퇴사’ 절차를 밟게 됩니다.
지역사회돌봄, 사회적약자옹호, 공동체형성 등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시민활동가도 ‘자발적’ 퇴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수익사업에 치중할 수 없고 주로 외부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을 받아 사업비와 인건비를 마련하고 있는 소규모 단체의 현실에서 비롯됩니다. 고용하고 있는 활동가를 해고하거나 권고사직 시키면 국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 심사과정에서 패널티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 사정을 모를 수가 없는 활동가가(이 활동가가 공모지원사업 서류 만들고 심사에 응하니까요) 자신이 하던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자진퇴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나름 공익활동에 대한 소신을 갖고 최저생계비도 되지 않는 활동비를 감수하고 버텨 온 사람들이 활동을 접는 경우 대부분의 이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활동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소진되었거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서 입니다. 워낙 급여가 작았으니 적금도 없고, 실업급여도 없는 채로 몸과 맘을 추스르고 새로운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 빤히 보이는데도 자발적 퇴사를 ‘선택’합니다.
고용보험법 10조2항은 경비원들에게 무시무시한 조항입니다. 65세 이상 신규취업자는 고용보험 가입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 조항의 내용입니다. 정년 65세가 넘고 노년기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경비원으로 취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고용보험료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고 실업급여도 당연히 없습니다. 아파트 관리 위탁업체가 바뀌면 새로운 업체의 처분에 따를 수밖에 없는 위탁고용이고 3개월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는 ‘파리목숨’이니 할 말을 삼키며 3개월마다 고비를 넘겨도 위탁업체가 계약만료로 내쫓으면 실업급여도 없이 실직자가 됩니다. ‘자진퇴사’할 기회도 없는 것이지요.
우리 일상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불가피한 실직으로 일상이 위협 받을 때 잠시라도 버틸 수 있는 긴급생활비가 필요합니다. 다정한기금을 보내주세요. 마포노동자공동체사회적협동조합 일꿈이 진행하는 공제활동을 통해 긴급생활비로 지원됩니다.
✳️ 2023년 5월 다정한기금 총액 428,000원(누적 2,139,000원)
고영란 구은경 김규화 김민석 김민춘 김별샘 김상국 김소리 김수연 김시홍 김은아 김정수 김지희 김초롱 김혜정 나익수 노은정 류승철 모순앵 문재윤 문정아 박기나 박수경 박수진 박인숙 박종숙 박진교 박흥섭 서정진 손정란 송덕호 신수정 원준혁 위하연 유금옥 윤모린 이경화 이경희 이남실 이문수 이숲 이옥자 이준기 이혜경 임상희 임은실 장영옥 장원희 장혜영 정달현 정명수 조승연 조윤 채상원 최경화 한소영 한진숙 한희철 홍진주 희음 히스테리안 (주)시아컨텐츠그룹 사단법인노을공원시민모임